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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 : 주간조선
[주간조선 2236호(2012.12.17) _ 최태영 대표이사 인터뷰]
기업회의, 포상관광, 국제대회, 전시박람회를 뜻하는 마이스(MICE)산업은 신성장동력으로 얘기된다. 지난 10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의 인천 송도 유치로 연간 120회 이상의 국제회의가 국내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컴은 국내 마이스산업을 이끄는 기업이다. G20정상회의(2010년), 핵안보정상회의(2012년) 등은 모두 인터컴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최태영(49) 대표는 1985년 인터컴을 창업해 27년째 국내 마이스산업을 이끌고 있다. 줄잡아 1000건 이상의 국제대회를 주관하며 한국 마이스산업의 최고 실력자로 불린다. 지난 12월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터컴에서 만난 최 대표는 “한국은 지금 마이스산업 기로에 있다”고 했다.
군복무 시절 미국 잡지가 인생 바꿔
국내서 전문국제회의기획사(PCO)를 표방하는 업체는 250~300개가량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인정받은 업체는 약 30곳 내외에 불과하다. 인터컴은 해외에서도 명성을 떨치는 국내 최정상 PCO다. 국내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G20서울정상회의’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모두 기획하고 조직했다.
최태영 대표가 처음 마이스산업을 접한 것은 군복무 때다. 서울 서초동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에서 복무한 최 대표는 1985년 군복무 때 우연히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를 뒤적이다가 미국의 마이스산업 관련 기사를 접했다. 기사의 내용은 “미국에서 컨벤션산업과 회의기획자(미팅플래너)란 직업이 유망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기사에 흥미를 느낀 최 대표는 외출이나 휴가 때마다 컨벤션산업에 관련된 정보를 조금씩 수집했다.
당시 그는 한국관광공사는 물론 일본관광공사, 일본무역진흥기구 등에서 발간하는 각종 외국 자료를 조금씩 모았다. 그리고 정보사에 근무하는 어학병들에게 빵과 우유를 사주며 수집한 각종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해 줄 것을 부탁했다. 결국 최 대표는 1985년 군 제대와 함께 ‘인터컴’이란 국내 최초의 전문국제회의기획사(PCO)를 차렸다. 대학을 마치기도 전이었다.
이후 국내 대학들을 중심으로 각종 국제학술회의를 수주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당시만 해도 국제회의 기획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국제회의에 참여할 유명 연사들의 섭외도 만만치 않았다. 인터넷이나 이메일도 원활하지 않을 때다. 유명 연사를 섭외하기 위해 100통가량 전화를 걸면 1통 정도 연결되기가 다반사였다.
그나마 당시는 한국이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이미 유치한 상태라 컨벤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조금씩 움틀 때였다. 결국 최 대표는 1988년 서울올림픽 한 달 전 약 3000명이 모인 ‘서울올림픽 스포츠과학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기획, 조직,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다.
이후 최 대표는 ‘한국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을 기획조직하는 것은 물론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모두 기획하고 조직했다. 세계 최초의 ‘탭퍼런스’(종이 없이 태블릿PC만을 이용한 국제회의)란 명성을 떨친 조선일보의 ‘아시안 리더십컨퍼런스’도 최 대표가 기획하고 운영한 대표적 국제회의다.
그에 따르면 국제대회를 기획·조직하고 운영하는 것은 ‘종합예술’이다. 국제회의 때 필요한 조명, 음향, 영상, 케이블, 보안, 통역은 물론 세계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사용할 필기구와 메모지까지 세심히 신경써서 준비해야 한다. 심지어 정상들의 습관과 기호까지 모두 반영해 불시에 터질 수 있는 만일의 비상사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정상급 국제회의를 기획·조직할 때는 “화장실에 오줌 누러도 못 간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일단 정상회의가 열리면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고 한다. 최 대표는 “지금도 G20 서울정상회의 때 코엑스 지붕 위에 설치한 조명이 정상에게 떨어지거나, 정상들의 발표 도중 마이크가 갑자기 꺼지는 등의 악몽을 종종 꾼다”며 웃었다.
“컨벤션센터·호텔 확충해야”
G20 서울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기획·조직한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로 출강하며 후진 양성도 하고 있다. 경희대 관광대학원에서 마이스와 컨벤션경영학 등을 전공한 최태영 대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에서 PCO 협회장도 맡았다.
우리 정부의 국제대회 수주에도 적잖이 관여했다. 지난 10월 인천 송도신도시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데도 최 대표의 공이 컸다. 당시 인터컴은 한국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 2차 이사회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조직했다. 결국 한국은 녹색기후기금 이사국인 독일과 스위스를 꺾고 GCF 본부를 인천 송도로 유치했다. 최 대표는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의 한국 유치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지금도 불안하다고 한다. 중국의 급성장세가 무섭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베이징, 상하이 등 각급 도시에 초대형 컨벤션센터를 지어놓고 각급 국제대회 등을 유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마이스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대표적 산업이다. 우리나라가 마이스산업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도 2000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증축하고, 고양 일산 킨텍스, 부산 해운대 벡스코, 인천 송도 컨벤시아 등이 들어서면서다. 컨벤션센터의 공급능력 증대가 각종 국제대회 를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의 설명처럼 국제협회연합(UIA)이 발간한 2011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469건으로 세계 6위에 올라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펴낸 ‘마이스산업 통계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각종 마이스 행사 개최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는 약 17조8000억원에 달한다. 고용효과도 약 16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호텔 객실 수 부족은 국내 마이스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의 호텔 객실은 약 2만6000실 정도다. 5만개 정도의 객실이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봄과 가을처럼 날씨가 좋을 때 국제회의를 주관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고 호텔 객실 사정 때문에 할 수 없이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회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토로다.
또한 마이스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 시내에 컨벤션센터를 더 증축해야 한다”는 것이 최 대표의 주장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서울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 증축이다. 최근 코엑스 맞은편의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제2의 코엑스로 만든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 지지부진하다. 최태영 대표는 “컨벤션 산업은 청년층 고용 창출과도 직결돼 있다”며 “영동대로를 지하로 집어넣어서라도 코엑스를 증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