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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작성일 : 10-11-22 00:00

조회수 : 4,190

'서울 G20' 현장준비 총괄 최태영씨 "과도한 성형수술에 삑...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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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사 : 조선일보
“잘못될까봐 고사 지내고 조명·볼펜 하나까지 챙겨… 다섯 달 동안 피 말렸어요”
"밤마다 조명이나 마이크가 꺼져버리는 악몽에 시달렸어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최태영(47) 인터컴 대표는 여전히 금빛 'G20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인터컴은 국제회의 전문기획사로, 이번 G20 행사 공식 대행사로 선정돼 최 대표가 총괄 운영을 맡았다.

 


▲ 최태영씨 제공
한국컨벤션산업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5개월간 준비하면서 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정상들 머리 위로 100개가 넘는 조명이 떨어지는 것 같은 대형 참사 악몽에 몸서리쳤다"고 했다. "늘 긴장 속에 살다가 하룻밤 만에 회의가 끝나니 허탈하다"고도 했다.

최씨는 25년간 1000건이 넘는 크고 작은 국제회의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달 초 코엑스 회의장이 완공되자 돼지머리와 막걸리를 놓고 "제발 아무 사고도 나지 않게 해달라"며 난생처음 고사까지 지냈다. 그는 회의장 볼펜부터 4만여명 관계자의 교통편까지 잡다한 일도 모두 챙겼다. 정상들 의전차량에 국기봉을 달고, 이용할 주유소와 세차장을 선정하고, 실제로 동원될 민항기와 군용기를 타고 인천공항과 서울공항에서 예행연습을 벌였다. 최씨는 "늘 완벽을 추구하면서 긴장 속에 살다 보니 하루하루 생명이 단축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저녁엔 화산폭발 사고가 터진 인도네시아측으로부터 유도요노 대통령의 '참석' '불참석' 통보가 번갈아 날아와 애를 태웠다. 만일 불참할 경우, 취임 날짜를 기준한 의전 서열부터 자리 배치에 따른 디지털기기 준비 등 정상은 물론 그 아래 관계자들의 것까지 바꿔야 할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씨는 "'특정 국가와는 나란히 앉게 하지 말라' '입장 순서를 멀리 떨어뜨려 달라'는 각국의 미묘한 요구까지 모두 고려하느라 마지막까지 피를 말렸다"고 했다.

12일 회의가 끝난 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책상 위에 놓인 펜·메모지·물컵 등의 받침으로 쓰인 가로 75㎝, 세로 45㎝짜리 회색 가죽판(데스크 패드)을 들고 나갔다. 최씨는 "바느질 한 땀의 디자인까지 챙긴 물건"이라며 "총리가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아 흐뭇했다"고 했다.

다자간 정상회의 때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얼굴인식 시스템이 갑자기 연속 오류에 빠져 일순 긴장했었다. 하지만 성형수술을 과도하게 하거나 입력된 사진이 포토샵 처리됐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광고 효과를 노리고 쏟아져 들어온 기업 협찬품을 통제하는 것도 최씨 일이었다. 생수만 해도 외국 제품을 비롯해 9가지나 됐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회의인데 우리 생수를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 정상회의 테이블에는 국내업체 생수 한 개만 올라갔다"고 했다.

"얼마 전 제주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가 내년엔 일본에서 열리는데 일본 관계자들이 '한국만큼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해 기분 좋았어요. G20 같은 대규모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낼 때마다 우리 모두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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